젊은 날의 작가 박범신의 모습은 밤새도록 글을 쓴 탓인지 늘 잠이 들 깬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손가락으로 대충 머리를 빗고 나온듯한 그의 더벅머리는 오히려 젊은이답지 않게 순박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 같았다.
빛바랜 사진은 33살 박범신 작가가 그 시대 대표적인 대중매체에 연재할 자신의 소설 <미지(未知)의 흰새>에서 삽화를 그려 줄 화가 이우범 화백(왼쪽)과 앙상한 겨울나무가 있는 거리를 활보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1979년 1월이었다. 1973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6년째를 맞은 그는 청춘의 순수를 사랑하고 청춘의 방황과 좌절을 가슴 아파하는 젊고 인기 있는 소설가였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고 열병처럼 스쳐지나가는 사춘기의 고뇌를 다룬 작품을 시작할 때 박 작가는 말했다.
“젊은 시절에 우리가 홍역처럼 만나는 것이 있다. 섬세한 감성에의 눈뜸이 그것이다. 사랑과 저항의 여건, 그리고 예민한 칼날이 스스로의 속살을 다치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새벽바람 같은 새순을 잃는다는 것이고 또한 ‘헤세’의 말처럼 다른 한 세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숙명이다. 이제 열아홉에 껴안는 우리들의 명암 짙은 자화상을 그려 볼 생각이다.”
블로그 연재소설 <촐라체>의 작가가 된 그의 작품을 읽으면 ‘소설은 작가의 체험에서 나온다’는 주장에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외딴 산골로 들어가 살면서 새로운 이 시대의 고뇌를 찾아내고, 에베레스트를 실제로 등반하며 고통의 등산로에서 작품의 영감을 찾아낸다. 선생님 출신의 작가는 더욱 소설 속에서도 거짓말보다 진실을 찾는 작업에서 남다른 고통을 겪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말수가 적고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어두운 표정을 보여준 적이 없는 선량한 화가 이우범 화백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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