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보여준 김한중 연세대 총장(61)의 대화 면모는 고려대 이기수 총장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고대 총장이 호방한 풍모에 열정적이고 외향성이었다면 연대 총장은 차분하고 부드러우면서 이지적인 인상을 느끼게 했다. 비슷한 것은 다같이 최고의 대학을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라이벌 대학답게 입시제도를 두고도 방침이 다르고 방법이 달랐다. 고대가 성적위주의 입시제도에서 탈피하겠다고 했지만 연대는 성적 중심의 입시에 치중하겠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 총장은 ‘대학 총장의 고뇌’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 운영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그처럼 힘들고 무겁다는 그는 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조목조목 짚고 넘어갔다. ‘우리나라 대학의 사회요구 부응도는 왜 세계 최하위 그룹인가?’ ‘왜 대학은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올리는가?’ ‘왜 교수들은 철밥통인가?’ ‘왜 대학은 사회에 대한 선도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가?’ 등등.
김 총장은 회원들이 묻기도 전에 묻고 싶은 질문에 대한 입장을 문답으로 미리 정리해 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그의 발언은 시작됐다. 발언은 요지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 대학의 고민과 비전
지난 해 11월에 열렸던 글로벌 인재포럼 화상토론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 그룹의 CEO를 역임한 잭 웰치는 “기업에서 성공했는데 대학 총장을 맡는다면 기업과 같은 동일한 전략과 리더십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질문에 잭 웰치는 “아마 그 전에 자살할 것 같다. 늘 자금을 모금해야 하고 정말 끔찍한 직책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총장으로서 겪는 학내 갈등 조정과 까다로운 퍼즐 맞추기의 어려움을 이미 꿰뚫고 있었습니다.
대학은 상반된 다양한 요구를 사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대변하듯 기회 균등과 공동체 실현에 앞장 설 것을 요구하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견주어 연구와 교육에서 뒤지지 말라는 경쟁 논리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대학들은 이러한 사회의 기대와 책무의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한편, 대학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재정 지원은 아직 매우 미흡한 수준이며, 대학 자율화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1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본질과 원인을 다시 생각해 보고, 대학 교육의 질, 등록금과 대학 재정, 대학의 조직 문화, 대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등 다양한 대학 내 이슈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먼저 오늘의 대학이 겪는 고민을 설명 드린 후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대학이 가지는 비전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오늘 토론회가 한국 대학의 발전, 더 나아가 교육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발전방향
대학 교육의 질
IMD 평가에서 한국 국민의 대학 이수율은 4위인데 우리나라 대학의 사회요구 부응도는 55개국 중 53위로 최하위로 속하므로 대학의 질이 형편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또 대졸 신입사원들은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학교 2학년 때 신입사원을 뽑아 기업에서 직접 교육 훈련을 시키겠다는 대기업의 회장도 계셨습니다. 대학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IMD 평가는 각 나라별로 일정 수의 기업인에게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 능력에 얼마나 만족 하는가’를 묻는 단일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전반적 평가라기보다는 기업에서의 업무 수행능력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대학교육은 직무교육이 아니라 자연현상과 사람, 사회문제의 기본 원리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대학은 훌륭한 원목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 후 2년 간 회사에 맞는 직무교육과 훈련을 시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55개국 중에서 53위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선도산업 부분 중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세계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외국에서 전부 교육 받은 인재들을 데리고 왔느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최근에 와서 교수들의 연구 업무 증가로 학부 교육에 대한 시간과 열정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부교육에 대해서도 시대 변화와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심층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을 중심으로 교과 과정을 개편하고 복수 전공 기회를 확대 하고, 학부생의 교수 프로젝트 참여로 연구와 봉사에 직접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졸업생들의 세계적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외국어 소통 능력과 국제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교수중심의 교육이 아닌 학생중심의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우수 교수를 확충해 교수 대 학생 비율을 개선하고, 강의 평가와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등록금과 대학 재정
‘왜 대학들은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올리는가?’ 또 ‘물가상승률보다 대학 등록금 인상이 훨씬 높다’ 이것을 일컬어 “가난한 학생, 부자 대학”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데요. 우선 적립금이란 용어를 학생들이 낸 등록금 중 쓰고 남은 돈을 적립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사립대학들의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연간 등록금의 2배 이상으로, 등록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교육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쓰고 남은 등록금을 적립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적립금이라기보다는 기금이라는 용어가 올바른데, 이 기금의 주 수입원은 특정 목적의 기부금이 주 수입원입니다.
대학 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원가 상승뿐만 아니라, 교수 대 학생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교수 증원, 교육 연구 시설 확충과 같이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가 병행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확보된 자원의 규모에 비례한다고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TOP10'에 들어가는 좋은 대학들은 기금이 많은 대학들입니다. 대학 기금이 많고 부자 대학이 되어야 지만 가난한 학생들도 등록금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여건이 만들어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등록금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굉장한 부담이 되는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한 발전 방향은 특허 등 기술료 수입을 확대하고, 사회의 대학에 대한 기부 활성화가 되어야 하는 등 등록금 이외의 다양한 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해줘야 하겠습니다.
대학의 조직 문화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1800년대 말 당분간 하버드에서는 대학 학부출신 교수를 한명도 임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가 비판 됐었는데 대학의 특성상 변화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10년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교수 채용에 있어 타 대학 출신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의 경우 금년도 신규채용 52명 중 54%인 28명이 타 대학 학부 출신입니다. 특히 순혈주의가 심했던 의과대학에서 변화가 뚜렷하여 신규교원 중 65%가 타 대학 출신입니다.
한 번 교수가 되면 정년이 보장되어 교수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단 교수로 채용이 되면 최소한의 연구 실적으로도 승진하고 정교수가 되면 정년이 보장되었고 보수도 호봉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수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평가가 강화되고 평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등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정교수 승진율이 30%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일정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면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되고, 정교수도 실적이 미흡한 경우 호봉 상승이 중단됩니다. 오히려 지금은 교수들의 연구 실적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교수들의 평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강하게 적용한 결과 같은 호봉에 같은 직급의 교수가 8천만 원 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한국 대학의 거버넌스 구조상 연속성이 부족하여 장기적인 대학 개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거버넌스 재확립을 통해서 조직 혁신의 가속화 시켜야 할 과제를 우리들이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각 대학의 입학 정책이 사교육 증가를 폭증시키고 공교육을 약화시켰고, 최근 발표한 사교육비가 20조 9천억 원에 이르고, 학벌중심사회에 대한 대학의 서열화가 사교육을 부추겼다고 하는데 과거에 보면 입시전형요소와 방법에 상관없이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의 수요를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 이 문제는 더욱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열된 사교육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의 시스템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그동안 고교학력 격차 등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교육문제를 논할 때 자기 이념에 따라서 자기주장만 해왔지, 객관화된 자료와 분석된 연구를 놓고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적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은 대학이 국가나 전체사회에 대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데 각 대학이 소지하고 있는 인적지역사회, 기초자치단체와는 관련성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서대문구청 주변에는 여러 대학이 있습니다. 서대문구청의 재정자립도로 보면 서울시에서 굉장히 열악한 구청에 들어갑니다. 대학이 들어선 넓은 땅에 오히려 상업시설이 들어왔으면 세수도 늘어날 텐데 구청세입도 늘려주지 않으면서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말씀인데요. 오래전부터 외국의 주요 대학들은 사회 전체 뿐 아니라 대학 연계를 통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학이 반성해야 할 것은 사교육과 입시문제가 고착되고 있을 때 주어진 틀 안에서 좋은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 아주 정교한 방법을 개발하는데 치중을 했지, 전체적인 교육과 틀이 어떻게 바뀌어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지역 사회 개발에 참여하고, 지역사회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 등에 더욱 노력을 기울어야겠습니다.
희망을 주는 대학의 비전
대학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장기적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에서 한국 사회 변화를 이끌었던 대학은 이제 경제 위기 속에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통합을 통해서 사회에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도 대학들이 우리나라 사회에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몇 가지 예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세계화, 고령화, 정보화에 대응하는 교육 개편
대학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환경 변화는 세계화, 고령화, 정보화입니다. 첫번째 환경 변화인 세계화는 경쟁과 공존이라는 두 동력에 의해 견인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간 경쟁은 점차 그 의미가 쇠퇴하고 이제 대학들은 세계 속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어린 학생들이 보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적지 않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의 인구수와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를 초과할 정도로 대학 인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과 팽창하는 지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18세에서 22세까지 4년이란 대학 교육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세번째 환경 변화는 정보화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강의실에서 대중교육이란 전통적인 교육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정 연령대 대상의 특정 공간에서의 교육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대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국제 경쟁력 향상
최근 수년간 국내 주요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연세대학만 해도 SCI 등재 학술지 게재 논문수로 따지면 세계 8800개 대학 가운데 96위에 이르고 있어 최근 수년 동안 빠른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요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다양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을 예를 들어 ‘Gobal 5-5-10’은 2012년까지 5개 분야에서 세계 10위에 진입하려 하고, ‘POSTECH’의 경우는 2020년까지 연구부문에서 세계 2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되는 이유는 교수들의 평가가 강화되고 평가 결과가 승진, 보상 등에 연계되어 있고 BK21 등 대형 국책과제가 여러 해 지속되면서 연구인력, 장비 등 연구 인프라가 보강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문의 R&D 지원이 크게 확대되었고, 이러한 정부의 지원들이 우수 대학들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학들의 세계 진입 전망이 밝습니다. 교육 및 연구 인프라에서 세계 선진 대학들과의 격차가 감축되고 있고, 연구의 질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공계 분야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 대학들이 세계 상위권에 진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정된 중산층 확대를 위한 교육 및 의료 서비스 산업 국제 경쟁력 강화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중화학공업 기반 하에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어와 세계 경제 13위와 무역 11위에 이릅니다. 우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 녹색성장 등 자본과 기술집약적 산업을 모색하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여 국부(國富)는 창출되더라도 자본과 기술을 과점하는 계층에 집중되어 소득수준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큽니다. 이러한 산업으로는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과 자본으로 대체하기 힘들며 고용효과가 큰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육과 의료는 공공복지 차원에서 정책이 추진되었지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의지와 정책이 부진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교육과 의료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서 양질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고용을 늘려야 됩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이후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나 인천공항에서 2~3시간 거리에 인구 5억~10억 명이 살고 있어 교육과 의료 서비스 수요는 매우 큽니다. 중국의 경우 대학입시의 초과 수요가 300만 명이 존재를 하고, 인도에는 100만 명의 초과 수요가 존재를 합니다. 영국 명문대학의 경우 재학생의 70%가 외국인인 곳도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외국 학생들의 국내 유학이 굉장히 적고, 2011년 유학과 해외 연수 부문의 무역 수지 적자가 $100억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C의과대학의 경우 LA 카운티에 450 병상의 병원을 운영하여 의료서비스 국제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 캠퍼스도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교육과 의료의 국제화 전략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송도 캠퍼스는 단순히 캠퍼스 이전이나 한 대학의 외연 확장 차원이 아니라 한국 사회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
지금까지 대학들은 고유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를 통하여 국가 사회와 인류 번영에 기여해 왔습니다. 때로는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보루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입학정책과 직접적인 봉사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협의의 지역사회라 할 수 있는 소재지 기초자치단체와는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공동체적 삶과 사회적 통합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협력 강화의 연세대학교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05년부터 전국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10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하여 4년 장학금을 지급하는 “한마음 전형”을 실시해 왔습니다. 2010학년부터는 100명 가운데 8명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전형을 바꾸려고 합니다. “한마음 전형” 중 지역사회 8명은 신촌 캠퍼스가 있는 서대문구에 4명, 원주 캠퍼스가 있는 원주시에 2명, 송도 캠퍼스가 들어서는 인천 연수구에 2명이 각각 배정되고 기초자치단체장의 3배수 추천을 받아 입학사정관에 의해 선발할 계획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5월부터 서대문구청 학교지원과의 지역의 저소득층 초ㆍ중학생 50명을 추천받아 50명의 우리 대학 여학생들이 주 9시간씩 학습지도하는 “드림스타트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서구의 연세 가양종합복지관 운영을 통한 지역사회개발을 진행 중이며, 영등포구의 하자센터(청소년 직업체험학교)와 대안교육센터 운영, 그리고 원주캠퍼스는 학생 300명이 참가하여 강원도 격오지에 근무하는 군인자여 1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e-learning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 년, 총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권위와 자유로움과 여유는 묻어두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낮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종 회의와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저녁에는 모금을 한답시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때로는 교수들의 이기적인 요구에 짜증도 났고 학생들의 무례함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와 깨끗한 돈이라고 1억 원을 기부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조찬기도회와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때로는 교회를 방문하여 주제넘은 설교도 합니다.
오늘 발표를 준비하면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음미해 보고 쉽게 풀기 어려운 대학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오늘의 우리나라 대학이 보여 주는 비전과 가능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세상이 다 변해도 탁월한 학문과 뛰어난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책무를 감당해야 하는 대학의 본질은 지켜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반성과 개혁이 이어져야 하고 사회는 우리 대학들이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올해 입학한 외고출신 학생 비율이 연세대 19.2%, 고려대 18.8%로 연세대학교가 특목고 선호비율이 높았습니다. ‘입시제도 관련해 이념논쟁만 있고, 객관적 자료 분석에 관한 토론은 없다’고 하셨는데 특목고 학생이 어느 정도 우수한지에 대해 연세대학 내에서 학문적인 연구들이 이루어진 것이 있습니까.
우리 대학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각 고교특성별 학생들의 수능성적과 대학에 입학해 들어와서 성취도 분석을 하므로 말씀하신 자료는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이번 특목고 고교등급제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두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각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반영했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각 전형별로 고시된 내용과 맞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성적우수자전형 300명 정도의 학생을 뽑을 때 외고출신은 단 한명이었습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3불(본고사ㆍ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 금지)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그 가운데 우리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학교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전형들을 개발하고, 시험보기 전에 학생들에게 또는 대학에 공개한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총장의 말씀을 조금 과장해서 요약하자면, 고려대는 앞으로 내신위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고, 연세대는 내신은 무시하고 수능으로 선발하겠다는 말로 요약이 됩니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고려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 점수경쟁 학생선발을 지양해 나갈 것을 각 대학총장들을 상대로 대타협을 제안했습니다. 김 총장께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계신만큼 대타협 제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신지 검토해보겠다는 차원이 아닌 예스(YES) 또는 노(NO)로 답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스(YES) 아니면 노(NO)로 대답을 하는 게 우리나라의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분위기 같은데요. 먼저 이기수 총장님의 발표를 듣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학생선발에 있어 점수경쟁을 지양하자는 것은 이 총장님뿐만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전반적인 분위기 인 것 같습니다. 단순한 점수경쟁이 아닌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의 긍정적인 면에 있어 우리 대학에서도 내년에 확대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성적과 수학능력은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입학사정관제를 평가하기 전에 정원의 2배수를 학생부와 수학능력점수를 통해 뽑은 다음 그 범위 안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입시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입시문제가 매번 꼬이고 사교육이 심해지는 이유는 입시전형요소와 선발방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대학의 교수들도 우리 대학 전형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습니다. 입시문제는 단순화 시키는 게 하나의 핵심입니다. 이 총장님께서 말씀하신 대타협에 관해서는 한 명의 총장이 반대한다고 해서 채택이 안될리 없겠죠. 점수경쟁위주의 선발 지양은 대타협을 통해 순화가 되더라도 입시에 있어서는 학생의 성적을 벗어나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시정책은 안정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하지만 시간을 갖고 고쳐야지 점수위주였던 기존의 방침을 뒤집고 갑자기 변화를 시켰을 때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시를 단순화하겠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인지요.
입시 방향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구체적인 세부대안에 대해 말씀드리면 여러 가지 파문을 일으킵니다.(웃음) 학생부 반영이 교과영역 90%, 비교과영역 10%입니다. 비교과영역의 수많은 요소들 때문에 사교육이 굉장히 많은 겁니다. 교과영역이 90%라고 하지만 교과영역은 기본점수가 많아 실질적인 차별이 적고, 비교과 영역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이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습니다. SAT 시험을 보면 점수를 더 준다거나 AP 심화과정을 들으면 점수를 더 준다던가 하는 것은 학생들의 매니저가 된 엄마와 사교육 시장에서 무분별한 분석입니다. 실질적으로 대학에 들어올 때 고등학교 간의 격차가 분명이 있죠. 고교평준화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정사실화해서 평가를 하라고 하니 대학은 자꾸 비교과영역이나 학생들의 실제 성적을 볼 수 있는 게 무언인지 찾아내기에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은 똑같은 틀로 평가를 하는 것이고, 학생부는 대개 수시에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50:50 이거든요. 그리고 수시도 2-1, 2-2 특별전형 등 전형요소가 복잡해집니다. 방법과 요소가 복잡해지니 학생들 스스로가 또는 열정이 적은 학교 교사가 이것에 대한 해석을 내려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니 단순화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구체적인 말씀은 파문이 일어나기 때문에...(웃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길이다’는 신념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2012년부터 정부가 대학입시자율화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요즘에 와서는 입장이 변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감지가 됩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김 총장께서 생각하는 새로운 입시자율제도가 정부의 방침에 걸려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험생들의 혼란도 많이 야기될 텐데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소신을 밀어붙이신다면 2012년 정부의 방침과 관계없이 대학의 생각을 고수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계신지요.
정부의 입장변화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정부가 틀을 유지하는 한 우리학교라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학뿐만이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로 프라이빗 섹터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특히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적다고는 하지만 지금 교수들의 연구비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보다 많습니다. 연구비의 80%가 공공부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을 생각할 때 대학이 마음대로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대학과 사회가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이 활발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속 시원히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당초에 김 총장께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입시문제의 돌파구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면 내년부터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불성설이라고 까지 과하게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우리나라 입시문제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은 경쟁 상황에서 얼마나 객관성 있고 공정성 있느냐에 대한 가치를 더 중요시 하지,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만으로 과연 무엇을 평가할지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지 않을 겁니다. 입학사정관제는 과거 소수에 의해서 입학을 허용해왔습니다. 내년에는 일반고교 우수자 전형 300명을 학생부 2배수를 선발해 입학사정관제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기에 내년에 확대한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께서 ‘약학설립대학 문제는 연세대학과 공동추진 하겠다’는 뜻밖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요.
저는 교육의료서비스를 우리나라의 미래와 연결시켜 말씀드렸고요. 약학설립대학 신설은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약대신설을 고려하는 이유는 지금 생명과학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약대가 없다는 게 생명공학연구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위 약국을 개업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취지보다는 생명과학에 투입될 수 있는 연구 인력을 늘리기 위해 송도 캠퍼스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기수 총장님과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지만 고려대학과 추진하면 일이 잘 될 것 같아서... 그렇지 않습니까.(웃음)
정부가 계획하는 대입완전자율화 시점이 2013년입니다.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등 정부가 얘기하는 다양화 된 고등학교 졸업생이 배출 될 텐데 이 학생들은 결국에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속칭)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목고 학생들 또한 SKY대에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되고요. 그렇다면 특목고와 다양한 고등학교에도 끼지 못하는 나머지 학생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 학생들이 SKY대를 갈 확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텐데 연세대학에서도 이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학생들을 위한 전형 보완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공립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들이 소외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은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 교육정책이 고교평준화가 상당히 많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해법을 다양한 학교를 추가로 설립하는 것으로 제시했었죠. 현재 특목고, 자사고 외에 자율형사립학교와 기숙형공립고와 같은 다양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데 문제의 진단은 맞지만 처방이 옳은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명문고를 정부의 인과 과정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대학의 목적이 좋은 원목을 기르기 위한 역할진리탐구가 우선인지,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국가경쟁력에 틀이 되는 인재양성이 우선인지 어디에 밸런스를 맞추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우선은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책 한권을 가지고 나왔는데 우리 대학에 문화인류학을 강의하는 조한혜정 교수가 쓴 ‘교실이 돌아왔다’를 보면 386세대와 서태지 세대, 2000년대 학번 학생들의 변화에 따른 특성을 다룬 굉장히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이러한 노력들이 대학의 현재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과와 문과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이공계 IT관련 졸업생들에게 경영학을 다시 공부를 시키고 있고, 반대로 경영학 졸업생들은 IT관련 공부를 이수시키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하면 IT관련 상품을 팔 때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가 없고, IT관련 전공한 사람은 제품은 만들 수 있지만 상품은 만들지 못해서입니다. 이러한 울타리를 없애기 위해 연세대학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학과 학부를 폐지하고 교수위주로 학점을 이수해 일정한 학점을 취득하는 방향을 개혁하면 어떨지요.
통합 또는 융합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인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학과를 다 없애는 방법이 있고, 또 한가지 방법은 학생들에게 복수전공의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에서는 대학적립금이 등록금과는 무관하다고 하셨는데, 등록금과는 무관하더라도 대학재정과는 상당히 관계가 깊다고 봅니다. 연세대학은 적립금이 우리나라 사립대학에서 세 번째로 많은 대학인데 ‘적립금의 운영현황에 대한 공개가 영업상 비밀이다’ 라고 얘기한 불만이 결국 행정소송으로 까지 번졌습니다. 이 문제가 영업상 비밀에 속할 수 있는 것인지 대학운영 투명성 문제와 관련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이 문제가 행정소송으로까지 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적립금 운영현황 완전공개가 영업상 왜 비밀인지에 대한 대학의 입장을 반영한다면 적립금은 기금입니다. 기금을 조성할 때 기부금이 주를 이룹니다. 다른 대학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부금 출처를 밝히는 것을 꺼려합니다. 또한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공개 결산내용이 너무 복잡하니까 쉽게 요약해서 만들어달라는 요청 또한 다양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부금을 한 푼도 기여하지 않은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연합해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대학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거북한 일입니다. 행정소송을 내셨기에 법적결과를 봐야겠지만, 적립금과 기금의 표현이 사립대학 회계 규정 가운데 대차대조표 대변과 차변으로 나눠서 한쪽은 적립금이라는 용어를 쓰고, 한쪽은 기부금이라는 용어를 쓰는 겁니다. 학생들 등록금 쓰고 남은 돈이 적립금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기수 총장께서 사립대지원육성법을 대기업차원으로 만들어 여러 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들어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교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대신 정부가 보조를 해주면 대학에서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정부에서는 대학자율화를 요구하는 한편 대학에서는 정부지원을 바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이기수 총장님께서 말씀하신 사립대학육성지원법, 고등교육재정교육법 등에 관한 내용은 대기업에서 1년 이상 연구해서 논의가 낸 내용입니다. 그러나 제 판단에는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합니다. 여러 가지 통계를 보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교수 인건비 50%를 지원해 줄이려면 엄청난 재정이 소요가 되는데 그 재정을 확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진짜 특별한 세수를 확보하든지 아니면 기존 예산에서 다른 것을 옮겨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이러한 직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립대학이 재정적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공기관이나 국립대학에 준하는 문제에 차별을 두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국공립대학은 정부에서 교수인권부터 직접적인 지원까지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조세에 있어서도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불평등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돌아가시면서 농지를 대학에 기부하겠다고 한 경우, 국립대학은 아무 문제없이 기부가 될 수있 는 반면 사립대학은 농지는 안된다는 일반적인 조건을 적용해서 교육부장관과 농산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지만 기부금으로 인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은 분들이 재단 또는 법인의 전입금 문제를 얘기 하지만 법인이나 학교는 자체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대학에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주회사만 설립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직접적인 지원도 좋지만 사립대학에만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를 철폐 해주고, 또 국립대학이든 사립대학이든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문제를 풀어줌으로써 대학이 스스로 자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히 사립대학은 지원을 받는 것 보다 스스로 일으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립정신을 살릴 수 있는 제도를 개혁해주고 풍토를 만들어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총장 모임에서 저는 이러한 일관된 주장을 해왔지만 다수와 개인의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연세대는 상대 쪽이 강하고 고려대는 법대가 강하다는’는 ‘연상고법(延商高法)’이라는 말이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역전된 듯 한 분위기가 포착됩니다. 심지어 이기수 총장께서 말씀하시길, 경영대는 연세대보다 고려대가 앞선다고 했습니다. 이유인 즉슨, “고려대는 교수가 90명인데 연세대는 65명밖에 안되고 서울대는 45명이다. 승부는 이미 판가름 났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기수 총장께서 데이터를 갖고 말씀하셨으니 이에 동의하지 않으시면 재정의 데이터 분석으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교수 수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자유죠.(웃음) 물론 교수도 중요하지만 학생 수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고요. 대학 경쟁력에서 제일 중요한건 ‘input’보다 ‘output’입니다.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 실적을 올렸고 경영대 같은 경우는 CPU에 얼마나 많은 합격을 했느냐에 대한 산출물이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PU 학생 배출을 가지고 본다면 몇 십년동안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통 틀어서 연세대학이 1위입니다. 경쟁대학에서 교수 숫자만 가지고 ‘승부는 이미 판가름 났다’고 생각하시면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보셨지 않습니까?
국내의 ‘중앙일보’와 영국의 ‘더 타임스’ 등에서 대학을 평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관들의 평가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답변을 달라는 요청이셨지만 결국 중요한건 경쟁하는 대학들이 다수가 존재한다는 게 건강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학교를 자랑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모자라는 부분은 인정해가며 경쟁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학 정교수 승진율이 30%에 불과하다’ ‘일정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재임용에 탈락시키고 정교수 또한 실적이 미흡하면 호봉상승을 중단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실력 없는 교수가 대학사회 내에 존재하는 것의 기준은 정교수 승진율이나 호봉상승 중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 보면 정교수 승진을 못하면 재수를 하면 가능하고, 호봉상승 또한 논문 두 편정도 쓰면 다시 올라가는 방법이 가능하기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입니다. 실제로 연세대학에서 승진기준에 어긋나서 승진탈락이 아닌 아예 임용을 취소해서 학교 밖으로 내보낸 사례가 몇 %나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교수 승진이 안돼서 탈락한 경우가 1명이 있고, 태뉴어(정년 보장)를 못 받아서 나간 교수들이 3명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수 탈락을 시켜도 관련법규에 걸려서 소청하면 학교가 지게 돼있습니다. 과거에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불이익을 받았던 교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수들의 신분보장과 관련된 규정들이 너무 많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과거에 태뉴어를 받았던 교수들은 재임용을 할 수가 없는데 신규교수들은 계급정년까지 다 적용이 되기 때문에 재수 삼수해서 승진할 수 있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제도들을 지금 만든 것입니다. 대학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게 나아가려면 개혁 또는 변화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재의 확립이 필요합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총장직이 정말 끔찍한 직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임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꼭 이루어야겠다는 계획이나 구상이 있다면요.
다양한 말을 하나로 압축하기가 힘든데요. 우리 연세대학교의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구성원들이 4년의 임기동안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고,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고교평준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 말은 고교평준화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완곡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관이 있습니다만 오늘날 암흑같은 학교현실에 대해 자료를 공개하고 토론하는 이 자리의 논점에서 벗어날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최근에 사교육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언론들이 사교육과 경쟁해서 이긴 학교들의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느 고등학교는 교장과 교사들의 열정적인 헌신이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교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교장과 교사들의 헌신만 가지고 무리가 있고, 계속해서 그 열정이 유지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된다는 겁니다. 그 인센티브는 결국은 내가 가르칠 학생을 뽑아서 열심히 가르침으로써 우리학교가 명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 또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합니다.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지 35년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1,300여 개의 고등학교의 평준화 결과에 대한 냉정한 자료가 공개되고 분석이 되었는지 논의를 해야 합니다. 고교평준화 입시정책은 자꾸 따지고 상기시키면서 장기적 과제로 봐야 합니다. 이 중요한 고교평준화 정책이 처음 만들어 질 때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이 중요한 일이 결정이 돼서 35년이라는 시간을 걸려왔기 때문에 설령 우리가 평준화정책에 대한 생각이 다를지라도 개선의지가 있다면 3개월 가지고 단박에 결정할 게 아니라 몇 년의 시간을 놓고, 팩트를 찾아내고 분석을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정관계에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4년의 임기 동안 교수 자리를 보유하는데 일류대에서 박사학위 받은 훌륭한 수 백 명의 인재들이 장사진을 이루는데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경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학에서 독자적으로라도 정관계에 진출한 교수를 해임하고, 유능한 신진 인재들을 채용하는 관습이 필요할 거라고 보는데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미 어느 대학에서는 교수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고요. 저희들도 생각은 해봤는데 여러 가지 연관된 문제들이 있고, 또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어 지금 검토 중에 있습니다.

김한중 총장
■ 약력
-1948년 출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1984)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198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과정(보건정책 및 관리) 수료(1988)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1982-현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장(1998-2002)
-대통령 자문 의료발전특별위원회 위원(2002-03)
-APACPH(아시아 보건대학원 협회) 이사 및 2001년 학술회의 조직위원장(1999-2004)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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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대학등록금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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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중력에 反하듯이 세상에 反하기 2009/08/12 17:11 삭제MB의 조삼모사, 등록금 걱정은 사라졌으나 이자는 티끌모아 태산? 12일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청와대 정책소식지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에서 "이제 학부모들은 더이상 자녀 대학등록금 걱정을 안해도 되고, 학생들은 등록금 걱정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교과부에서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이자 제도'를 2010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딱 보면 '오- 학교 다닐 때 이자도 안내고 좋은데?'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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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그럴듯 하고 납득이 갈만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왠지 모르게 뭔가 빠진 듯한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요??
아직 그분들은 대학을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생각하고 계신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좀 남는 인터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데에 큰 의의가 있는 인터뷰 같아서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
등록금과 관련된 짧은 생각을 적은 것이 있어서 트랙백도 같이 걸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