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을 마감하면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베토벤의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를 시작한 백건우의 연주 열기로 식을 틈이 없이 벌겋게 달아 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8차례의 연속 콘스트의 총 2만여 객석에 빈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중간집계가 베토벤과 피아니스트 백건우에 대한 음악팬들의 신뢰와 애정을 대변한다.
청각 기능이 무너진 악성(樂聖)이 심령의 선율로 남긴 음악을 집대성한 백건우의 ‘베토벤 음악 제전’은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로 거장 피아니스트의 집념을 보여주는 뜻 깊은 연주회다. 한 달 전 중국 광저우에서 베토벤 소나타 연주회로 이미 그곳 음악팬들의 큰 반향을 불러 모았고, 또 그에 앞서 3년간 준비해온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데카(Decca)를 통해 음반으로 발표했다.
백건우는 2007년 음악 여정을 베토벤 음악의 큰 메신저 역할로 마감하고 있다. 한 해가 넘어 가는 자리에서 그를 들여다보니 어느 덧 이순을 저만치 넘어 거장의 연륜으로 접어들었다. 파리에 살면서 그가 쌓아올린 명성과 음악적 공적이라면 두차례 프랑스가 국가 공로훈장을 수여한 것만으로도 경의를 표할 수 있다.

필자는 그의 아름다운 반려자인 영화배우 윤정희와의 친분관계 덕분에 파리에 갈 때마다 그들 부부에게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 파리의 뒷골목에서 난생 처음 아랍 전통요리를 맛보거나 진귀한 개구리 튀김요리를 구경한 것도 그들 부부 덕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한 기억은 백건우 윤정희 부부와 함께 세상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들 부부와 만나면 우리의 이야기는 음악이 아니라 주로 영화가 화제에 오른다. 영화 이야기가 시작되면 피아니스트는 소년같이 맑고 천진해 보이는 눈동자를 크게 뜨고 끝없이 자신의 견해를 풀어 놓는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영화평론가나 전문 영화인들 못지않게 영화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사실이다. 고전에서 최신 영화까지 정보를 챙기고 아내와 함께 새로나온 영화를 감상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왜 영화배우를 평생 파트너로 삼았는지를 느끼게 한다.


음악만큼 영화를 좋아한다고 그는 서슴없이 말한다. 여배우를 만났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해 여배우를 만나 평생 사랑하게 된 것을 그는 더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
1976년 봄, 파리에서 살던 천재 피아니스트는 유학중인 우리 영화계 최고의 별이었던 여배우를 선배 음악인으로부터 소개받아 결혼했으니 벌써 30년이 흘렀다. 딸 진희 양을 두고 예쁜 아내와 연주 여정의 일생을 세월이 흘러도 그림처럼 변함없이 살아온 백건우는 얼굴 표정이나 행동, 목소리와 말씨 등이 부드럽고 온화하다. 소설가 신경숙은 백건우를 두고 “외모는 상냥하고 자상해 보이지만 피아노 앞의 그는 산맥을 질주해 내려오는 사자 같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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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외모만큼 심성도 따뜻한 신사다. 늘 아내를 동반하는 연주 여행을 하며 세계 음악팬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전달하는 피아니스트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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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우리는 평생 자가용 없이 손잡고 걸으며 산다 - 윤정희 백건우
Tracked from 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2008/04/23 00:10 삭제백건우 윤정희 부부와 마주 앉으면 그냥 말없이 얼굴만 바라보아도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생긴다. 생각만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수많은 그들의 이야기들이 환상이나 꿈처럼 반짝이며 살아난다. 그들의 움직이는 동화(童話)는 1972년 뮌헨올림픽이 열리던 해 유럽에서 로맨스가 시작되던 시절부터 36년간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프랑스와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헝가리,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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